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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인문

[시선으로부터] 사랑한다는 것

심시선이라는 인물이 살아가는 이야기일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심시선은 초반에 돌아가시며 과거 그녀와 자녀들이 함께했던 시절의 이야기와 그녀를 기리기 위해 자녀들이 하와이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와이에서 심시선을 위한 제사를 준비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방식이 독특하다.
각자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예요.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도 좋고, 물건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를 공유해도 좋고. (p83)
한번 정도는 하길 잘한 것 같네요. 서로의 보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과 엄마를 떠올리는 시간을 가지며 오늘밤을 보냅시다. 가족끼리 단출해진 다음에는 소파와 바닥에 모여 앉아 심시선 이야기를 했다. (p314)
시선과 관련된 ‘한번은' 시리즈는 각자 몇 개씩 가지고 있어서 게임처럼 밤새 되풀이할 수 있을 정도였다. (p315)

형식적인 제사가 아닌 그녀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그녀와 함께한 시간들을 나누며 그녀를 떠올리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서로 어디서 살아있음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기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꼭 해보고 싶다.
누군가를 기리며 그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퇴색되지 않은 제사이며 되풀이될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방증인 것 같다.
기대하지 않고, 관심을 갖고, 배려하며 응원하는 것이 시선으로부터 살아가는 이들의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몇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그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을 주고 있어?
그 사람을 어떻게 하면 웃게할 수 있을지 주의하고 있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배려할 수 있어?
그 사람이 꾸준히 하는 것을 파악하고 응원하고 있어?
그 사람은 내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사랑하는 법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여서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에 집중하며 읽게 되었다.
기대하지 않는 것
상대방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기대나 요구를 하지 않고 기다려준다.
심시선이 최고의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에서도, 하와이에서 각자 최고의 경험을 하고자 나아갈 때도 서로 존중해주었다.
그냥 너 하고싶은 거 하라는 것은 방관이다. 존중은 상대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관심을 갖고 격려해주는 것이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1. 기대

아무리 똑똑해서 날고 긴다 해도, 다정하고 사려 깊은 성품을 타고 났다 해도 우리가 보는 것을 못 본다며 흥미로운 대화나 서로에 대한 이해 같은 거는 친구들이랑 한다. (p20)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구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인생에 간절히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확률은 아주 낮지 않을까요? (p21)

2. 관심

변명 거리야 있었지만 그야말로 무신경했던 탓이라고. 급히 수정을 하고 당사자에게도 사과했는데 그래도 계속 마음에 남는다고. 무신경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나는 세상에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남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이랑 자신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 후자 쪽이 훨씬 낫지. (p208)
 
(본인 일에) 몰두해 있다가 자식들이든 손녀들이든 보면,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게 싫지 않았어. 겉도는 대화는 절대 안 하는 분이었달까. 보통은 며느리가 뭘 하고 사는지 그렇게까지 궁금해하지 않잖아. 그런데 어머님은 정말로 내가 뭘 하고 지내는지 궁금해했어. 무슨 책을 읽는지, 어떤 내용인지,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p22)
>> 관심사와 생각에 대해 질문하자.
 
그것은 두 사람만의 유머였으니까. 엄마, 그때 말했던 그 코나 원두야. 하고 죽고 없는 사람을 웃게 하고 싶었다. (p123)
>> 웃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었던 거야. 그 사람이 죽고 없어도. 우윤은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건조한 답을 택했다. “속상하면 울 수도 있지.”(p296)
>> 이해하고 잘해주자.
 
사랑은 돌멩이처럼 꼼짝 않고 그대로 있는 게 아니라 빵처럼 매일 다시,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거래. (p304)
>> 매일 다시, 새롭게 관심을 갖자.

3. 응원

즐겁게 그리고 쓰고 노래하고 춤추는지, 하지 않으면 괴로워서 하는지 관찰하십시오. 특히 후자라면 더더욱 인생의 경로를 대신 그리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런 아이들을 움직이는 엔진은 다른 사람이 조작할 수 없습니다. 네, 다른 사람입니다. 부모도 결국 다른 사람입니다. 세상에 대란 지나친 환상을 걷어내주시기야 해야겠지만, 가능성이 조금 번쩍대다 마는지 오래 타는지 저가 알아서 확인하도록 두십시오. (p220)
 
같은 일을 이십 년쯤 하면 계단 턱 같은 것을 만나게 되고 그것을 뛰어넘는 것은 성취감이 있었다. (p231)
 
무엇이 중요한가? 무엇이 의미 있는가? 무엇이 부질없는가? 삼 년 뒤에 죽는다면 지금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느 것이 주입된 욕망이고 또 오로지 자신의 욕망인가? 어디서 더하기를 하고 어디서 빼기를 해야 할까? (p248)
 
누군가는 유전적인 것이나 환경적인 것을, 또는 그 모든 걸 넘어서는 노력을 재능이라 부르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 것, 수십 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같은 주제에 수백수천 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 (p288)
 
즐거워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하다. (p289)

4. 기타 

그 모든 것은 전생처럼 느껴진다. 사람의 기억이란 어디서 분절이 생기는 것일까? 아직도 그 무렵의 기억에 지배당하고 있는 건 엄마 아빠였다. (p99)
 
선셋이라는 단어 좋지 않아? 에스 자가 두 번이나 들어가잖아. 심술에도 시옷 자가 두 번 들어가니까. (p306)
 
공중으로 흩어지는 말들보다는 글로 고착시키는 걸 하고 싶었는데. 말이란 건 그렇습니다. 일관성이 없어요. 앞뒤가 안 맞고, 그때의 기분따라 흥, 또다른 날에는 칫. 그런 것이니까 그저 고고하게 말없이 지낼 걸 그랬다 뒤늦은 후회도 합니다.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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