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ay to go/생각

닮음과 다름으로 호떡 뒤집기

인간 할래 호떡 할래?

🎧 The Moments - oh, i could have loved you 

 

턴테이블을 주문하는데 엄마가 "넌 역시 아빠를 닮았네. 음악 듣는 거 좋아하고 책 읽는 거 좋아하고."라고 하셨다. 아빠도 몇 년 전에 오디오에 빠지셔서 대형 오디오를 집에 들이셨다.

1. 닮음

외모부터 성향까지 아빠를 닮았다.
사실 외모는 반반인데 얼굴형, 코, 입이 아빠를 닮았다. 그래서인지 웃는 모습이 닮았다.
어렸을 때부터 뭐든 조립을 잘하고 한번 집중하면 밥도 안 먹고 몰입하는 성향도, 이성적일 때는 시니컬한 모습도 닮았다.

2. 다름

MBTI 검사 결과는 아빠와 나를 완전히 다른(dissimilar) 사람으로 규정한다. 아빠는 ISTJ, 나는 ENFP 또는 ISFP였다.
아빠는 표현에 서툴지만 나는 감정을 풍부하게 느끼고 다 표현한다. 아빠는 말수가 적으시지만 나는 조잘조잘 스몰톡 장인이다. 아빠는 야외활동을 선호하지 않으시지만 나는 스포츠, 여행, 캠핑 등 야외활동을 좋아한다. 아빠는 안전지향적이지만 나는 도전적이다.

3. 감정 투영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단어마다 본래 뜻과는 무관하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러한 감정 투여로 인해 재밌는 현상이 발생하곤 하는데 누군가 의견을 전개할 때 “주관적”이라기보다 “객관적”이라는 말이 좋아 보인다. 객관적인 의견이 항상 정답은 아닌데 🤔
마찬가지로 무의식 중에 “닮음”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다름”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누군가 나와 닮으면 호감을 갖고 다르면 경계를 한다. (외적인 요소는 예외다.)

case 1.
아빠를 닮았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도 아빠랑 사이가 좋았다. 어릴 때부터 아빠의 따뜻한 손을 좋아해서 어딜 가나 아빠 손을 잡고 다녔다. 중학생 때 가족 여행으로 터키를 갔는데 같이 여행하시던 아저씨가 딸이 아빠 손 잡고 다니는 게 보기 좋다고 하셨다.
엄마에게 술에 의존하지 않고 이성 문제없고 책임감 있고 일 열심히 하고 취향이 있는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아빠네?”라고 하셨다.
아빠를 닮아서 아빠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지 아빠를 좋아해서 아빠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확실히 성향이 비슷하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case 2.
비슷한 성향이 오히려 맞지 않은(unfit) 사람이 될 수 있다. 둘 다 꼼꼼하고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일처리가 늦어진다거나 둘 다 생각이 많아서 어떤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아빠랑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반응이 거의 없거나 세 번 이상 물어봐야 겨우 단답형으로 대답하신다. (유튜브 영상에 증거 있음)
내가 무언가 도전하려고 할 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신다. 이제는 아빠가 안전지향적이며 그것이 나를 생각하셨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과거에는 상처를 받기도 했다.
 

내가 만든 마카롱보다 시판 마카롱이 더 맛있다는 아부지,,

4. 진짜를 찾아서

기존 인식과 달리 “닮음”이 부정적으로, “다름”이 긍정적이 되어버리는 기막힌 상황은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좋아하는 이유가 헤어지는 이유고, 결혼하는 이유가 이혼하는 이유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한순간에 긍정과 부정을 넘나드는 것은 그 사람도 그 상황 때문도 아닌 자신의 인식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감정이야 바뀔 수 있지만 그 감정을 전가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무슨 호떡 뒤집는 것도 아니고..

나는 호떡 말고 인간할래. (feat. [인간 이하] 인식 인정)
 
인간의 공감 능력이 편향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흄은 그런 편향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을 세 가지 꼽았다. 인간은 자신과 닮은 사람,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더 쉽게 공감한다. (p85)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서 받는 즐거움 혹은 불쾌함의 양에 비례해 그 사람에게 호의 혹은 악의를 품는다는 사실만큼, 우리가 품는 감정이 우리가 느끼는 감각의 변화에 정확히 보조를 맞춘다는 사실만큼 자명한 것이 없다. (p82)

비슷해서든 달라서든 어떤 이유를 찾기보다 스며들 수 있는 관계를 지향한다.
혹시 희며들어봤나? 🤭

 

728x90
320x100

'Way to go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 '삶', '경험', '인플루언서']  (0) 2024.06.22
유전적 긍정  (0) 2024.06.10
나 또는 너  (0) 2024.05.15
행복한 순간  (0) 2024.05.12
우물 안 개구리  (0) 2024.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