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인문

[인간 이하] 인식 인정

독후감에 앞서 어려운 책이었다.
성선설을 믿었던 사람으로서 책을 읽는 동안 인간 본질이란 무엇인가, 대체 어떤 마음으로 비인간화를 하는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고 다소 어두운 비인간화 내용 속에서 이따금 밝은 내용을 찾으려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
부모님이나 회사 동료들과 식사할 때 괜히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소재를 던져 정답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독서 기간을 즐기기도 했다.

인간 이하,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

인식 

인간 이하의 존재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정의해야 하는데 인간 본질에 대해 대체 가능한 존재인지에 대한 내용이 와닿았다.
진심을 바라볼 때 눈을 바라봐야 하는 것처럼 내가 생각하는 비인간화는 인식하지 않음인 것 같다.
퇴근길 버스에서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은 과연 인간인가? 바지와 셔츠를 입었지만 인간은 아닐 수도 있다.

핸드폰만 바라보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난 내 옆에 있는 존재가 인간 알 수 없다. 이런 관점이라면 폭력, 차별 등의 부정적 결과가 아닌 아무 결과가 일어나지 않을지라도 비인간화는 발생하며 누군가를 비인간화할 수 있는 사람이 타인을 비인간화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도 생각한다.
나 역시 종종 이런 블러 처리를 사용하곤 하는데 처음으로 블러 처리를 했던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반배정이 있고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떨어져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에는 화장실은 친구랑 함께 가는 곳이었기에 혼자 화장실에 갈 때 눈치가 보였다. (진심임) 사춘기 청소년이 선택한 방법은 다른 친구들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었고 이후에도 낯선 환경에 처해있을 때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흄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크게 두 가지 사실 때문에 정의를 요구한다.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관련된 사실인데 바로 이 세상에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략) 다음은 인간 본성과 관련된 사실로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는 자기 자신을, 남보다는 가족과 친구를 더 소중히 여긴다. 따라서 흄은 탐욕이라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보편적인' 인간 본성이 사회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고 말한다. (p86)

인정 

어떤 대상을 자신의 욕망에 따라 대체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거나 사람을 특정 인식에 투사하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자신의 방어기제로서 적대시하는 것만으로도 비인간화할 수 있다.

모던 타임스에서 산업화와 기계화로 인해 노동자를 기계의 부속품처럼 표현한 것처럼 누군가에게 대체가능한 존재가 되었을 때 인격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최적화를 잘하는, 요구사항을 명확히 파악하는 "그" 개발자가 아닌 "코드 몽키 1"로 치부했을 때 모멸감을 느낄 것이다.

진지하게 "너 왜 살아?"라고 끊임없이 묻는 사람으로부터 내가 인간으로서 인정받는다고 느껴지진 않을 것이며, 그것이 그 사람의 방어기제라는 것을 안다고 해도 달라지진 않는다.
칸트의 이론에서는 수단과 목적이 분명하게 구분된다. 우리가 무언가를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은 곧 우리가 그것을 특정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디딤돌로 여긴다는 뜻이다. (p91)

인간

그렇기에 내가 인식하는 사람에게 있는 그대로 살아갈 가치를 부여하고 관심을 주는 것이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누군가를 비인간화할 수도 있고 본인도 비인간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은 자신의 욕망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본자세지만, 어떤 관점에서 어느 정도까지 윤리적 또는 이성적으로 비인간화할지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며 주체적인 선택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인간으로서 인식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어떤 인종이나 집단에 속하든, 어떤 배경을 가지든, 우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든 말든 그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정체성을 부여한 사람이라면 그의 죽음 역시 개별 사건으로 여겨야 하며,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상실로 느껴야 한다. (p137)
 

2. 비인간화 이론

다른 사람으르 비인간화한다는 것은 그를 인간 이하의 존재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가리킨다. (p54)
 
누군가가 인간인지 정의하는 목적 역시 존재하리라 확신했다. 아라스토텔레스는 바로 그 목적이 이성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 삶의 적합한 목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p59)
 
흄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서 받는 즐거움 혹은 불쾌함의 양에 비례해 그 사람에게 호의 혹은 악의를 품는다는 사실만큼, 우리가 품는 감정이 우리가 느끼는 감각의 변화에 정확히 보조를 맞춘다는 사실만큼 자명한 것이 없다." (p82)
 
오늘날 사회심리학자들이 외집단 편향 outgroup bias(자신이 속한 공동체 구성원은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공동체 밖의 외부인을 차별하는 경향성으로 '우리 대 그들' 사고방식으로도 불린다)이라 일컫는 사고방식을 명쾌하게 설명한 대목이다. (p82)
 
인간의 공감 능력이 편향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흄은 그런 편향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을 세 가지 꼽았다. 인간은 자신과 닮은 사람,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더 쉽게 공감한다. (p85)
 
흄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크게 두 가지 사실 때문에 정의를 요구한다.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관련된 사실인데 바로 이 세상에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략) 다음은 인간 본성과 관련된 사실로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는 자기 자신을, 남보다는 가족과 친구를 더 소중히 여긴다. 따라서 흄은 탐욕이라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보편적인' 인간 본성이 사회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고 말한다. (p86)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을 우리와 같은 존재라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p88)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 우리랑 닮았음을 인지한 다음 한껏 상상력을 발휘해 그들이 정신적으로도 우리랑 닮았으리라고 유추하는 셈이다. 이는 꼭 의식적인 과정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일단 상상력을 발휘하고 나면 공감이 등장할 무대 역시 마련된다. (p89)
 
경험을 쌓거나 고민을 거쳐서 생각을 바로잡지 않는 이상, 자연스러운 성향에 따라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에 악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즐겁게 하는 것에 선의가 있다고 판단한다. (p89)
 
칸트의 이론에서는 수단과 목적이 분명하게 구분된다. 우리가 무언가를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은 곧 우리가 그것을 특정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디딤돌로 여긴다는 뜻이다. (p91)
 

3. 칼리반의 후손들: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비인간화의 역할

에스파냐 왕이 원주민에게 폭혁을 휘두르는 것이 정당한지를 두고 논쟁하도록 했다. 이 논쟁은 1550년 스페인 북부에 있는 도시 바야돌리드에서 펼쳐진다. (p124)
 
바르톨로메의 노력 덕분에 1537년에 교황 바울 3세는 원주민이 이성을 지닌 인간이며 따라서 노예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공언했다. (p128)
 
하지만 1619년에는 제임스타운이 신흥 담배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를 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p129)
 
1622년의 학살 사건으로 영국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중략) 바로 이때부터 아메리카 원주민의 비인간화가 실질적으로 진행되었다. (p130)
 
누군가에게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그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스스로 선택을 내리고 자기 목표에 따라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인정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서로의 독자성을 알아보며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는 개인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안에 그 역시 속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중략)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인간으로서 인식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어떤 인종이나 집단에 속하든, 어떤 배경을 가지든, 우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든 말든 그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정체성을 부여한 사람이라면 그의 죽음 역시 개별 사건으로 여겨야 하며,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상실로 느껴야 한다. (p137, 하버드대학교 심리학자 허버트 켈만 Herbert C. Kelman)
 
 

728x90
320x100